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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교회의 추억

  • 등록일 : 2023년 10월 2일
  • 조회수 : 368

겨울이면 양쪽 볼이 건조한 바람에 발갛게 밉게 트기 시작하던 어릴 때, 엄마를 따라 평일에도 자주 교회에 갔었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당시의 교회 목사님 딸이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 그친구를 워낙 좋아하기도 해서 

엄마가 교회 가는 기미가 보이면 냅따 엄마 손을 잡고 따라 나서곤 했다.

하나님께는 미안하지만 나에게 교회는 아지터이며 신나는 놀이터였다.

요즘은 놀이랜드가 그러하겠지만 내게 있어 교회는 오만가지 달달한 추억으로 가득찬 장소다.

 

시멘트로 발라진 교회 마당에 분필로 오징어모양을 진하게 쓱쓱 그려놓고 오징어놀이를 하면서 고래고래 고함치다 

당시 사찰 집사님한테 혼나기도 하고, 슈퍼히어로처럼 큰 보자기를 목에 둘둘 묶어 높은 계단에서 뛰어 내리면서 펄럭이는 망토를 상상하며 이곳저곳 쑤시고 뛰어다니기도 했다

밖에서 놀다 지겨우면 목사님댁으로 들어가 우리집에는 없는 폭신폭신한 침대에서 풀쩍풀쩍 뛰다가 사모님에게 혼나 쫓겨나기도 했다

우리는 정말 시끄럽고 유명했다

우리는 천하무적 목사님과 전도사님 성가대지휘자 집사님의 딸래미들이었다.

교회는 최고의 놀이터였다. 신앙생활과는 전혀 무관하게 교회가는 것이 최고로 행복했던 어린시절이었다

 

우리가 한참 놀다보면 고등학생 언니나 오빠들이 학교를 마치고 교회에 잠시 들러 기도하러 오곤 했다

우리들은 언니 오빠들이 가는 곳을 쪼르르 따라 다니며 입을 헤 벌리고 동경하듯 바라보았다 

정말 멋지고 예쁜 고등학생 언니 오빠들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고등부 회장 오빠가 교련복을 입고 단정히 가방을 들고 

기도하러 올 때면 일부러 그 시간에 맞춰 교회문 앞에서 어슬렁 거리다가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 오빠가 몇마디 인사를 해주곤 했다.

지금도 그 교회오빠에게 안겨 부끄러운 듯 고개를 옆으로 빼꼼히 돌리고 씩 웃으며 찍은 사진이 있다

 

저녁을 먹고 어둑해진 즈음에도 엄마와 함께 교회를 간 기억이 있다

아마 기도하러 가신 것 같았다

친구는 집에 들어가고 혼자 남게 되어 엄마가 있는 예배당에 들어가 조용히 앉았다

교회본당 문을 조용히 열면 캄캄한 예배당에는 단상위의 십자가의 불이 희미하게 켜져있고 본당 여기저기에서 소곤소곤 기도 소리가 자그마하게 들렸다

달빛만 창문에 어렴풋이 비춰진 예배당은 어두워서 어디에 사람들이 있는지는 자세히는 볼수 없지만 소곤거리며 기도하는 소리는 잘 들렸다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십자가의 불그스름한 불이 너무 편안하고 좋았다

가만히 앉아서 십자가를 바라보다 문득 예수님이 여기 계시지란 생각에 머물렀다

대뜸 예수님 저 한번 안아주세요하고 허공에다 얘기했다

내가 조금 앞쪽으로 가면 내가 알아채게 안아주세요하고 앉은자리에서 몸을 앞쪽으로 쭉 내밀었다.

안아주는 느낌이 별로 없었다

다시 예수님 제가 알 수 있게 저를 꼭 안아주세요

하고 몸을 좀 더 앞쪽으로 쭉 내밀었다 그리고는 눈을 꼭 감고 느낌이 있나 없나를 부지런히 파악하며 머리를 돌렸다

안아주는 느낌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것을 몇차레 반복했다. 예수님이 얼마나 웃으셨을까?

조금은 따뜻한 느낌이 있는것 같아 안아주셨어라고 스스로 결론 짓고 교회를 나온 기억이 선명하다.

 

어둠이 고요히 내려앉은 불이 꺼진 교회나 한낮이라도 아무도 없이 햇빛이 가려진 무채색 공기의 교회의 맨 끝자리에 

가만히 들어가 십자가를 바라보며 앉아만 있어도 참 좋다

난 원래 말이 많지 않은편이라 하나님과도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하나님 앞에 가만히 앉아 있는다 그럼 하나님이 말씀하신다

말이 많은 사람이라면 하나님께 주절주절 종알종알 많은 기도를 드리면 되겠다

하나님은 우리가 말이 많은 사람인지 적은 사람인지 아시니까

하나님은 그냥 우리를 보고 싶어 하신다

하나님은 그냥 우리를 기다리신다